연극 ‘날개'

이과 출신인 필자에게, 문학은 여성이 느끼는 군대 같은 것이다.

이론 서적 외에는 엔간한 문학 작품은 귀동냥 정도가 다일 정도니, 뭐 말 다한 것이라 생각해도 될 듯하다. 부끄럽지만 역시나, 작가 이상과 그의 작품은 학생 시절 배운 것이 거의 전부라 할 수도 있겠다. 금년은 연극을 보기 위해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어쩌면 거꾸로 역행하는 문화생활을 즐기며 탐닉하고 있어, 오히려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준 극단 측에 따로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럼 단막극 `날개`를 알아보자.

연극 '날개' 포스터

<시대배경>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 보자.

연극은 일제 강점기 작가 이상의 소설 `날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상은 1910년에 태어나 1937년 27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해 조선총독부의 건축직으로 근무하며 문학 활동을 병행해 오다, 1933년 건강 악화로 문학인의 삶으로 급격히 옮아간다. 요양하던 무렵 그는 기생 `금홍`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2년여의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소설 `날개`는 ‘금홍'과의 동거를 끝낸 1936년, 그녀와 같이 지내던 시절, 자신의 잉여적 삶을 녹여 넣은 소설 `지주회시` 등과 병행 작으로 문단에 발표한 소설이다.

어쨋거나, 소설이던 연극이던 이해 하려면 당시 사회상을 알 필요가 있겠다.

이상이 20대에 접어들 무렵은 일제 강점기 3기 격인 `민족 말살 통치기`에 해당하는 때이다. 지식인들은 일제 통치하의 변화되는 사회 속에 슬며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일본으로의 유학은 점점 유행하고 있었고 봉건사회는 급격히 붕괴되며 근대 모던 사회로 변화하고 있었다. 자유연애가 일반화되고, 경제력 부재로 독신이 늘어났으며, 봉건적 삶과 지식인의 삶 사이의 괴리로 인해 이혼율이 증가하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했다. 일제 치하에서 조국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비관하고 비판하며 문학과 술에 빠져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식과 지성, 예술의 능력까지 뛰어났던 기생들을 마치 태생적 쌍둥이처럼 인식하며 그들과 연애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가 이상이 직접 그린 <날개>의 잡지 삽화

앞서 이야기했듯, 이상은 기생 ‘금홍’과 동거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소설 들을 통해 경제력이 거세된 잉여적 인간, 돼지, 거미 등으로 표현하며 지식인들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표현했으며, 분열된 또 다른 자아인 동거녀 기생의 삶과 대비시켜 시대의 비극과 비참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연극 속으로>

소설 `날개`는 화자, 즉 1인칭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2인 극인 이번 연극에서는, 화자의 서술 속 사유 대상에 따라 두 배우의 독백을 옮겨가며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한 장면에, 파편 된 여러 생각이 종합되어 기술되는 입체파의 예술 작품 같다.

또한, 짧은 50분의 단막극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속에선 류성 연출 특유의 은유와 해석이 가득하다. 주인공을 치마 속으로 끌어들이며 그 속에서 돈이 떨어지는 장면은, 매춘으로 번 돈을 거머리(거미)처럼 빨아먹는 비극적 현실을 은유하고 있고, 소설 속 위기에 이르는, 동거녀의 매춘을 목격하는 장면은 동물의 머리와 인간의 몸이 결합된 모습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비꼬며 은유해 묘사한다.

원작 소설 외에 이상의 소설 `지주회시`의 대사를 차용해 넣어, 기생인 동거녀 역시 화자인 주인공과 다를 바 없는 시대적 무력함을 공유하고 있음을 녹여 놓아, 당시 이상의 삶 속에 파편으로 흩어져 있는 의식의 잔재를 극 속으로 끌어모으며 연극을 완성한다.

연극 '날개' 한 장면 중에서

<왜였을까?>

단단페스티벌에 참여하기로 한 연극은 이 작품이 아닌 `신의 호수`란 작품이었다. 그러나 연출자는 극의 완성도를 빌미로 이 연극으로 교체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왜 이 연극이었을까?

어쩌면, 지금의 현실도 그때와 다를 바 없어서이지는 않았을까? 지식인이라 자부하는 우리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대에 저항 하나 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한낱 허툰 잉여적 삶에 허우적대고 있으며, 그저 서로의 부족함을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공생관계 속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쳇바퀴 같은 삶의 모습이, 1930년대의 그것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부러져 잃어버렸던 날개의 부활을 염원하며 희망인지 절망인지 구분 할 수 없는 독백으로 위로 삼는 주인공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부끄럽고 처절하지만, 그리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극 `날개`>

11.30~12.4 소극장 혜화당

원작 :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

재구성 및 연출 : 류성

출연 : 김효진 (Kim Hyojin), 신진우

스탭 : 김민중, 유아람

제작 : 극단 경험과상상

Photo : 김지선 배우(극단 행)

50분 단편 듀엣전 '단단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