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2. 오늘의 생각 [행동]

[여행]

자동차로 하는 여행이 점점 재미 없어진다.

지도가 점점 사라지고 네비게이션이 발달하면서 자동차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맨 먼저 하는 행동이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이다.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까지 기껏해야 휴게소에 들르는 정도가 다이다.

과정이 배제되고 목적만 남게 되는 여행인 것이다.

사실, 여행은 준비 과정에서 부터 시작된다.

입을 옷을 고르고, 쓸 물건을 챙기고, 부족한 용품을 구입하면서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떠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배낭을 메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 터미널에 도착해 표를 구입하고, 고속버스나 기차를 기다리며 수다를 떤다.

중간에 서는 휴게소에서 따뜻한 어묵을 나눠먹으며 버스가 떠날까 노심초사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즐긴다.

도착한 터미널에서 이정표를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또 다른 작은 여행이 된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낯 선 곳에서의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긴장하기도 하고, 버벅대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이 역시 여행을 하는 크나큰 재미로 남게 된다.

종합해보자면 이렇다.

목적지는 그저 여행을 하기 위한 핑계꺼리에 불과하며, 그 핑계를 계기로 이정표를 따라가며 만들어지는 수많은 모험들 자체가 여행의 본질인 것이다.

자동차 여행은 그 많은 재미를 앗아가 버린다.

왠만하면 이젠 자동차 여행은 피하려 한다.

[이정표]

지난번 지인의 경조사를 위해 갑작스레 여행을 떠날 때였다.

목적지는 호남선이었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 내려 호남선 터미널로 연결된다는 이정표를 따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이정표가 사라진다. 황당한 순간이다.

지하철역과 센트럴시티란 건물이 연결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이정표가 사라진 것이다.

장사하는 분들에게 물어 물어 센트럴시티 내에 위치한 호남선 터미날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주 작은 이정표 하나가 있긴 했다. 그것도 어두운 색으로 만들어져 잘 보이지도 않는 디자인이었다.

이 건물에 여러번 갔었고, 호남선도 여러번 이용했었었다.

그렇지만, 잊을만 하면 가는 곳이라, 갈 때마다 이 때문에 길을 자주 헤맸었다. 나이도 아직 쓸만하고, 길눈도 나름 밝은데도 이런 일을 겪는게 참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은 놔둬서는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스마트폰에 깔아둔 '서울시 불편신고 앱'을 드뎌 써먹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정표가 사라지는 곳의 사진과 위치를 기록해 전송버튼을 누르면 서울시로 민원이 아주 간단하게 바로 접수가 된다.

접수하자마자 프로세스는 이렇게 진행되어 갔다.

서울시 민원접수센터 (문자)-> 서초구 민원접수센터 (전화) -> 센트럴시티 총무과 (전화)-> 신세계 백화점 총무과 (전화)

생각보다 이 이정표를 주관하는 곳이 복잡했고, 그것도 결국엔 사설 기업이 관리한다는 것에 놀랐다.

대부분 담당자 들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어서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것에 대한 내 주장은 뚜렸했다.

'서울시민이 공공시설 또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또, 요즘처럼 위험한 일 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메트로 서울에서의 다중이용시설 들은, 사고시에도 빠른 시간에 통로나 목적지를 식별 할 수 있는 이정표가 있어야 하며, 이는 쉽고 명확히 표현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생각을 그들에게 설명했고, 그들 모두 인정했다.

이정표에 대한 부서들 회의를 시작했으며, 곧 변경 작업을 할 것이라고 약속을 받았다. 작업이 완료되면 연락을 주겠다는 것까지 어거지로 약속을 받아 냈다.

이 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귀결은 바로 이것 하나다.

'세상은 나 하나의 작은 행동으로도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