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목욕탕집 세 남자', 그리고 잊고 있었던 '착한 사람 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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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직접 한거리 앞에 나와 연기를 하기 때문에, 연극은 영화와는 달리 감정의 유기적 결합이 있어야 몰입되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영화 아바타에서 아바타와 신체와의 생체적 시그널들까지 연결이 이루어지면 마치 나와 아바타가 일체화 되어 움직이듯 말이다. '목욕탕집 세 남자'는 이렇듯 감정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동안 살아왔었던 삶의 경험 중에 수많은 갈등을 유발했던 가슴속 저 밑에 숨겨져 있는 컴플렉스 중의 하나에 맞닥드리게 된다. '착한사람 컴플렉스'가 그것이다. 우리는 사회나 가정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를 교육 받는다. 이론이 만들어진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성악설, 성선설이 뭐가 맞네 틀리네 하며 끊임없이 언급되어지는 것도, 교육받지 않은 천연의 인간 본성을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아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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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서는 착한 두 남자와 현실적인 한 남자, 본능적인 한 여자, 그리고 현실과 본능에서 갈등하는 또 한 여자가 나온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본능과 현재의 자신, 즉 이성과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본능을 밟아버리고 현재의 그에게 몸을 맏겨버린다. 어쩌면 자신마저 자신을 속이는 것인지도 모를 그것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충돌하면서 튀겨져 나가는 연쇄적 갈등은, 한여름 습기찬 방안의 곰팡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져 간다. 그리고, 그 파국의 끝에는 현실의 악몽을 부정하며 그렇게 원했던 그들의 본능을 꿈에서라도 핥고 어루만지고 싶듯, 몽롱하게 마취된 몸뚱아리에서 느끼는 텁텁한 무기력함으로 그 끝을 맺는다. '착한사람 컴플렉스' 나는 과거에 이 컴플렉스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술자리에서 지인들과 나누는 안주거리 주제에 종종 이것이 맛난 씹을거리가 되곤했었다. 만약에 내가 이 착함을 강요받지 않고 교육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사회에 있는 다른 수많은 그런 파렴치한 사람들처럼 꺼리낌없이 떵떵거리며 아무 생각없이 살 수 있었을까? 혹여나 그로인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정말 맛난 안주거리가 아닐수 없었고, 그럴때마다 쉽게 자답을 하지 못해 가슴에 묻어버리곤 했었다. 오늘 나는 이 연극으로 또한번 잊고있었던 이 컴플렉스를 되씹어 본다. 블랙코미디라고 포스터에 쓰여있고 틀림없이 연극을 보는내내 하하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저 가슴속 깊숙히 가라앉아 있던 것 중에 한구텅이를 기필코 찾아내 헤집어 놓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모순으로 가득찬 썩은내가 진동하는 사회에서 지독하게 잘 어울리는, 어떻게 보면 아주 잔인한 심리 스릴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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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명 : 목욕탕집 세 남자 날 짜 : 2015. 6. 9(화)~14(일) 시 간 : 평일 8시, 토요일 4시/7시, 일요일 4시 장 소 : 소극장 혜화당(구 까망 소극장) 작 가 : 정숙희

연 출 : 유수미 출 연 : 장항석 이승구 최영렬 신현실 이태근 한혜진 민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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