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9 북촌 스케치

도시는 사람과 같다.

태어나서 자라고, 변하고, 중후해지고, 노쇄해지다가 소멸한다.

사람은 늙지 않으려, 병들지 않으려, 죽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이상, 도시는 살고자 하는 강한 생명의 의지를 발산한다.

서울은 매우 흥미로운 도시다.

오백년간 한 나라의 수도이기도 했으며, 사오십년간 외국에게 강탈당하기도 했고, 오륙십년간 지구상 그 어느나라도 보여주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변하기도 한 그런 도시다.

그러다 보니..

패스트푸드만 먹고 웃자란 사춘기 소년처럼

허우대는 멀쩡한데 속에 든건 하나도 없어 보이고

이리치면 비틀..저리치면 비실대기만 하는것 처럼 보인다.

사실이다. 그랬다..

지금까지는..

서울은 지금 패러다임의 갈림길에 서있다.

'돈을 벌것이냐,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냐'

돈은 지금까지 한국의 모든것을 결정하게 만드는 가치였다.

그것은 근현대사에 있어 한국을 허우대만 번듯하게 웃자라게 만든 성장호르몬이 더덕더덕 녹아 있는 패스트푸드같은 역할을 했었다.

그래서 한국은 비실대기만 하고, 속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두드리면 텅텅거리기만 한다.

사람들은 느끼기 시작했다.

비실대는 삶은 그만하고, 이제 행복한 실속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말이다...

생명에게 있어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 말이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 첫단추를 끼울 곳들이 바로 북촌을 비롯한 서울의 몇몇 동네이다.

겹겹이 쌓여있던 묵은 나이테같은 동네 북촌..

오래된 역사에서부터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동네다.

이곳은 한국의 역사, 서울의 역사를 아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길과 동네별 섹터를 보면 년도까지 찍어 맞출수 있을 정도로 영욕의 도시정책들, 각종 숨은 히스토리 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피상적이고 개념적으로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재산, 생활, 지금 당장 살아 나가는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얽힌 실타래 같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삶이 달라질수도, 지금과 같을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엊그제 이 동네의 협의체가 구성되어졌다고 한다. 관, 학자, 주민으로 구성되어졌다고 한다.

여태까지의 욕심만 녹아있는 일방적 결정에 의한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도시개발 방향을 탈피해서

다각적 시각을 통한 충분한 고찰과 무엇보다도 그 어느것 보다도 중요한 '합리적 합의'에 의해 동네의 미래가 결정될것이다.

행복추구의 권리는 이렇게 스스로가 만들고 가꿔나가야 함을 이 동네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알아 나갔으면 한다..

이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생명의지를 반영하느냐에 따라

서울은, 그리고 한국은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수도...아니면 지금처럼 먹구름 가득한 모습으로 남아있을지가 결정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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